어느 날 아침, 저는 중요한 미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팅의 결과가 앞으로 저와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결정은 미팅을 주관하는 이들에게 달려 있었습니다. 저는 그 결정에 조금도 영향을 미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조용히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냥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마트폰을 꺼내 평소 사용하던 묵상 앱을 실행했습니다. 그 날 묵상 나눔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Marking Time”. 이 말은 군대용어입니다. “Mark Time, March”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행군을 하던 군인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행군을 해야합니다. 우리 말로 하면 “제자리 걸음, 앞으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군인들은 잠시 멈추어 있지만,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정신을 바짝 차린 채 발은 여전히, 비록 제자리이지만, 걷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을 쓴 저자는 성경에서의 “기다림”이 이와 같다고 말을 합니다. 우리는 때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기다려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건강 진단, 인터뷰 결과, 시험 발표 등의 경우와 같이 말이지요. 기다리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기다려야 할 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능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두려움이나 무능력 가운데 빠지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며 하나님께서 지금 이 순간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나 주의를 기다리는 것, 이것이 바로 성경에서의 기다림이라는 것이지요. 본문인 시편 말씀을 읽고 묵상 나눔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딱 이 말씀이 내게 필요했어.” 너무 기분이 좋아 아내에게도 바로 링크를 보내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막연하게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우리의 상황을 다 아시고 지금 우리가 필요한 말씀을 이미 주고 계십니다. 다만 우리가 들으려 하느냐 듣지 않고 딴짓을 하고 있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날마다 말씀을 묵상하는 삶은, 영적으로 깨어 있어 하나님 말씀에 귀기울이는 삶입니다. 뿐만 아니라 말씀하시는 대로 바로 순종할 수 있도록 제자리 걸음을 하며 늘 준비하는 삶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습관이 된다면, 우리는 날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분명한 말씀을 듣고 “그래 딱 이 말씀이 내게 필요했어”라고 무릎을 치며 놀라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 말씀으로 인도되는 삶은 정말 흥미진진하기만 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내게 가르치소서 주의 진리로 나를 지도하시고 교훈하소서 주는 내 구원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종일 주를 기다리나이다.” (시 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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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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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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