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저를 찾아 와서 진지하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과 가까워 질 수 있을까요?" 신앙 생활을 오래 했지만, 한 번도 하나님과 가깝게 느껴본 적이 없다는 그에게서 가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도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기를 원합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 중에서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혹시 상처 때문에 한동안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 있다 할지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하나님 밖에 의지할 분이 없는 걸 알기 때문에 환난과 역경 가운데서도 주님께 나아옵니다.
하지만 저를 찾아 온 청년처럼, 오래 신앙 생활을 했어도 정작 하나님과의 관계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우리는 사랑으로 맺어진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임에도 정작 많은 이들이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사실 그 이유는 특별한 데에 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관계를 위해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앙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라면 '노력'이란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구원은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거저 주시는 선물이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관계도 우리가 무엇을 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더 받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 안에서 오직 믿음으로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봐야만 합니다. 분명 우리는 믿음으로 거저 구원을 얻었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지만, 사랑을 받는 것과 주신 사랑을 누리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자신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정작 자식된 그 사람은 자기도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부모님과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 관계 안에서 사랑이 느껴질 여지가 있을까요? 진실로 부모님을 사랑하는 자식은 어떻게 하면 부모님을 기쁘시게 할까 생각하며 일부러라도 부모님과 더 많은 대화를 하며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려 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어느 성도 분께 했더니 그 분께서 그 주간에 함께 사는 아버지께 다가가 평소와 다르게 매우 활기찬 목소리로 "아버지 오늘도 파이팅!"하고 인사를 하셨답니다. 무뚝뚝한 아들의,조금은 뜬금없지만 밝은 인사에 아버지는 놀라셨지만 분명 기분이 좋으셨을 것입니다. 사랑은 의지적으로 표현하는 가운데 느낄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매일 아침마다 부모님 방에 가서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이자 의무였습니다. 이것을 귀찮은 의무라고 생각하는 자식은 없었을 것입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관계는 억지가 아닌 자발적인 마음에 기초를 둡니다. 하지만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의무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 차원의 수준으로 신앙 생활을 하다 보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 깊어 질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어쩔 때는 하나님이 정말로 좋다가도 어쩔 때는 하나님에 대해서 무덤덤해지기 일쑤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뜨겁지 않다고 해서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의무도 멈춰서는 안됩니다. 팀 켈러가 '기도'라는 책에서 표현한 것처럼, 우리는 때로 돛에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배에 있기도 합니다. 그 때에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정처 없이 표류 하지 않는 것입니다. 돛에 바람이 안 불면 노를 저어서라도, 비록 너무 느리더라도, 배를 제 방향으로 가게 해야 합니다. 매일의 묵상과 기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의 길을 잃지 않게 해 주는 은혜로운 의무입니다. 신앙 생활이 정체에 빠져 있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주저 앉아 있지 말고 더욱 개인의 예배와 공예배에 열정을 내야 합니다. 당장은 내게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하나님께서는 예배의 삶을 통해 강하게 역사하시며 침체된 개인과 공동체의 영성을 다시 회복시키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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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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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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