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의 숙명 앞에서

누구의 장난인가?.
누구의 실수인가?
누가 너를 거기 버려두고 떠나갔는가?.
그렇다면 누가 너를 자라게 하였나?
꽃으로도 열매로도 시선을 끌지 못하는 너 이지만-.
 
그 매마른 석회 돌짝 밭에서의 갈증은 강물같은 물길이 되어 그렇게 흐느꼈겠구나.
 
자신의 인권을 위해 너의 인권을 파괴시키는 위협에도,
바이러스의 무서움은 의식조차 할 수 없는 그 아픔을 버티온  까닭은
산을 무너뜨리는 신비로움이 담겼기 때문이리라.
밤의 유혹과 낮의 폭력을 벗삼듯이 순응과 저항을 반복하면서도
오로지  위를 향하여 울며 그 아침을 기다렸겠구나.
 
그의 명령이 곧 너의 목숨인 것으로 알고 그것을 가슴에 품고
그 명령이 몰아가는대로 자라온 너의 꿈이였으리라.
 
일그러지기는 커녕 오히려 싱싱하기까지 한 그 침묵은.
이 감금된 상태에서 웅변으로 가슴에 메아리치는구나.
대지의 역사가 너의 흔적을 지워버린들 어쩌랴.
 
끝까지 너는 더럽혀지지 말거라. 지혜로워라. 담대하여라. 그리고 홀로 그를 만나거라.
 
3월 25일 예수 안에서 나의 연인들을 생각하며
이승태 드림